같은 차나무 잎에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맛과 색을 가진 두 가지 차가 있다. 바로 말차와 녹차다. 두 차 모두 차나무에서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재배 방법과 가공 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녹차는 햇빛을 충분히 받고 자란 잎을 수확한 뒤 찌거나 볶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건조된 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시는 방식으로, 맑은 연두색을 띠며 담백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 말차는 수확 2주에서 3주 전부터 햇빛을 차단하는 특별한 재배법을 사용한다. 차광재배라 불리는 이 방식은 잎의 엽록소와 아미노산 함량을 증가시킨다. 수확 후에는 증기로 찐 잎에서 잎맥을 제거하고 맷돌로 곱게 갈아 가루 형태로 만든다.
이러한 가공 방식의 차이는 두 차의 색상과 풍미에도 영향을 준다. 녹차가 연한 초록빛이라면, 말차는 짙고 선명한 초록색을 자랑한다. 맛에서도 녹차는 깔끔하고 약간 떫은맛이 나는 반면, 말차는 쌉싸름하면서도 진한 풀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를 가지고 있다.
영양성분 측면에서도 두 차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녹차는 찻잎을 우려내어 마시기 때문에 물에 용해되는 성분만 섭취하게 된다. 하지만 말차는 잎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그대로 먹기 때문에 찻잎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빠짐없이 흡수할 수 있다.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말차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인 EGCG 농도가 녹차보다 최소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 함량도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다. 녹차 한 잔에는 약 30에서 50밀리그램의 카페인이 들어있는 반면, 말차는 한 잔당 약 70밀리그램으로 에스프레소 한 샷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말차를 마실 때 주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루 2잔에서 3잔 정도가 적당하며,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오후 시간 이후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말차에는 L-테아닌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카페인과 테아닌이 함께 작용하면서 각성 효과는 유지하되 불안감은 줄여주는 특징이 있다. 반면 녹차는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칼로리 면에서는 녹차가 한 잔당 약 2킬로칼로리, 말차가 약 4킬로칼로리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말차 음료에 우유나 설탕을 추가하면 칼로리가 크게 증가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녹차와 말차는 같은 나무에서 출발하지만 재배와 가공 과정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특성을 갖게 된다. 담백하고 가벼운 맛을 선호한다면 녹차를, 진하고 풍부한 항산화 성분을 원한다면 말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취향과 건강 상태에 맞춰 두 차를 적절히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